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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베카』 등장인물 전격 분석 - 댄버스, 맥심, 주인공, 레베카

by 숫돌씨 2025.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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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베카> 책 표지 사진

 

대프니 듀 모리에의 『레베카』는 고딕 로맨스와 심리 서스펜스 장르의 대표작으로, 인간 내면의 불안과 기억의 힘, 여성 정체성에 대한 문제의식을 날카롭게 조명한 작품이다. 이 소설은 단순한 서사 전개보다는 등장인물 사이의 심리적 긴장과 상징적 대립을 통해 드라마를 만들어 낸다. 특히 죽은 인물인 ‘레베카’조차도 실질적으로 가장 강력한 존재로서 이야기 전체를 통제한다. 이 글에서는 주인공 ‘나’, 맥심 드 윈터, 댄버스 부인, 그리고 레베카 본인을 중심으로 각 인물의 역할과 상징을 분석한다.

‘나’: 이름 없는 주인공의 정체성

『레베카』의 화자는 이름이 언급되지 않는다. 그녀는 단지 ‘나’로 존재하며, 결혼 후에도 “Mrs. de Winter”라는 타인의 이름으로 불린다. 이 익명성은 자기 정체성을 상실한 상태를 상징하며, 독자는 그녀가 작품 내내 자기 존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따라가게 된다. 처음에는 소심하고 수동적인 인물로 등장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는 레베카라는 압도적 존재와 댄버스 부인의 심리적 공격을 스스로 이겨내고, 점차 자아를 회복해간다. 그녀의 성장은 외적인 행동보다는 내적인 수용과 자기 신뢰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 인물은 자아 없는 존재에서 주체적인 인물로 나아가는 과정을 상징하며, 레베카라는 완벽한 환상과 비교되는 인간적인 면모로 독자의 공감을 이끈다.

맥심 드 윈터: 침묵 속의 권력자

맥심은 외적으로는 신사적이고 안정된 성격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내면에 갈등과 두려움을 감춘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과거에 대해 함구하며, 새 아내와의 관계에서도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태도를 보인다. 이러한 침묵은 통제의 수단이자, 죄책감과 두려움의 표현이다. 그는 주인공을 사랑하지만, 과거의 그림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관계는 항상 불균형 상태에 놓인다. 맥심은 권력자이자 동시에 심리적 도망자이며, 작품의 갈등 구조에서 현실과 과거 사이에서 방황하는 남성상을 대표한다.

댄버스 부인: 맹목적 충성과 감정의 억압

댄버스 부인은 하녀 이상의 존재다. 그녀는 단순히 레베카를 따르던 인물이 아니라, 레베카의 죽음 이후에도 그녀의 정신을 대변하고 유지하려는 인물이다. 집 안 곳곳을 레베카의 방식대로 보존하고, 새 안주인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녀의 이러한 태도는 상실에 대한 병적인 집착에서 비롯된다. 레베카는 그녀에게 완전함, 질서, 권위의 상징이며, 그 중심이 무너지는 것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댄버스 부인은 변화와 회복을 거부하고, 과거를 영원히 정지시켜 놓으려는 인물이다. 그녀는 ‘과거에 묶인 존재’로, 심리적 통제와 억압의 상징이다. 또한 여성 간의 비교와 서열 구조가 어떻게 여성을 분열시키는지도 그녀를 통해 드러난다.

레베카: 죽어서도 지배하는 존재

이 소설에서 ‘레베카’는 이미 죽은 인물이지만, 가장 강력한 실체로 남아 있다. 그녀는 생전에 매력적이고 지적인 여성으로 회상되며, 맨덜리 저택과 맥심, 댄버스 부인, 심지어 주인공 ‘나’의 삶을 지배한다. 레베카는 외적으로는 모든 것을 갖춘 여성상으로 이상화되지만, 점차 그녀의 실체는 모순된 복합성을 가진 인물로 드러난다. 그녀는 자유롭고 자기결정적이지만, 동시에 타인에게 지배력을 행사하고 관계를 조종하려 했던 인물이다. 레베카는 이중적 상징을 지닌다. 한편으로는 사회가 요구한 완벽한 여성상, 즉 아름답고 세련된 이상형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그 틀을 거부한 자기주체적 존재다. 그녀는 이야기 속에서 끊임없이 비교의 대상이 되며, 기억이라는 형태로 공간과 사람들을 지배한다. 결과적으로, 레베카는 ‘존재하지 않지만 지배하는 존재’로서, 죽은 이후에도 살아 있는 자들을 시험하고 움직이는 인물이다. 이는 고딕 문학에서 자주 등장하는 ‘망령’의 상징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예시라고 할 수 있다.

 

『레베카』의 인물들은 모두 어떤 식으로든 기억, 상실, 억압, 회복이라는 키워드와 연결되어 있다. 주인공은 자기 존재를 찾기 위한 심리적 여정을, 맥심은 과거와의 화해를, 댄버스 부인은 상실을 부정하려는 투쟁을, 그리고 레베카는 죽어서도 존재의 흔적을 남기는 압도적 상징을 수행한다. 이 작품은 단순한 고딕 로맨스를 넘어, 여성과 사회, 정체성과 권력의 교차 지점을 깊이 있게 성찰한다. 인물들을 통해 드러나는 이중성과 감정 구조는 오늘날 독자에게도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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